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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터널 선샤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

by 베이지크림 202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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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이터널 선샤인, 줄거리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운명처럼 만나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며 연인이 되고 애틋한 사랑을 이어나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는 여느 연인들처럼 생기 없는 커플이 되고야 맙니다. 서로의 가장 좋았던 점이 가장 화가 나는 지점으로 바뀌는 순간, 그리고 그것이 선을 넘는 언행으로 표출되고야 말 때, 연인은 헤어지게 됩니다. 조엘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밸런타인 선물과 함께 클레멘타인을 찾아가 보지만 그녀는 그를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며 다른 남자와 애정표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당황한 조엘이 친구를 찾아가 하소연 하자 친구는 쪽지를 하나 건넵니다. 그 쪽지에는 클레멘타인이 조엘의 기억을 지웠다는 것이었습니다.

충격과 슬픔에 빠진 조엘은 그녀가 갔었던 기억을 지우는 회사 라쿠나에 찾아가 자신도 그녀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요청합니다. 그의 기억은 이별의 순간부터 순차적으로 삭제됩니다. 그녀와의 마지막 순간으로 가 기억이 삭제될 때 그의 기분은 홀가분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과거로 가 클레멘타인이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던 순간으로 돌아갑니다. 그날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날카로운 말을 주고받으며 크게 다투었습니다. 그때 또다시 기억이 사라져 갑니다. 그리고 또 다른 기억으로 돌아갑니다. 그 장면에서도 여전히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연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억 역시 삭제됩니다. 시간은 더욱 과거를 향하고 서로 사랑하며 반짝거렸던 순간들을 비춰줍니다. 서로가 없으면 죽을 것만 같았고 세상을 사는 의미가 없는 것만 같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순간 조엘은 제발 이 기억만은 지우지 말아 달라며 애원합니다. 조엘은 기억을 지우는 것을 후회하기 시작합니다. 아프기만 했었던 것 같은 그녀와의 시간 속에도 사실 너무나도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조엘의 마음과 달리 계속해서 행복했던 기억들까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기억 삭제를 피해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조엘은 기억 속의 클레멘타인에게 기억을 지워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고백합니다. 둘은 기억 삭제를 피하기 위해 더 깊은 과거로 도망치게 됩니다. 그렇게 하자 기억삭제가 멈추게 되고, 기억삭제를 하던 직원들은 박사를 불러와 다시 기억 삭제가 되도록 복구합니다. 결국 마지막으로 그녀와 처음 만났던 기억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녀와의 첫 기억도 사라져 갑니다.

그렇게 모든 기억이 사라진 날 아침, 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평소와 같이 출근하던 조엘은 웬일인지 출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몬탁해변에 홀린 듯이 찾아가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그곳에서 클레멘타인과 운명처럼 만나고 서로에게 강하게 끌립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

2. 괜찮아요

둘은 다시 연인이 되지만 라쿠나의 직원 메리가 보낸 녹음테이프와 진단서를 받게 됩니다. 그 속에는 클레멘타인이 조엘에 대해 힘들었던 내용, 그리고 조엘이 클레멘타인에 대해 참을 수 없었던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사랑에 빠졌지만 그 내용들을 듣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조엘: 지금 그쪽 모든 게 마음에 들어요.
클레멘타인: 지금이야 그렇죠. 근데 곧 거슬려할 테고 난 자기를 지루해할 거야.

조엘: 괜찮아요.

둘은 서로를 처연하게 바라보다가 미소를 짓고 클레멘타인도 결국 "Okay" 괜찮다고 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하겠습니까?'라는 잔인한 물음에 결국 괜찮다고 대답하며 체념할 수밖에 없는 것. 반짝거리는 사랑 이면에 있는 어둡고 쓰린 사랑을 성숙하게 그려낸 영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걸 다 알면서도 다시 사랑하고 부딪치고 후회하고 또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괜찮다고 이야기하면서 말입니다.

3.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빛

이터널 선샤인의 원 제목은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입니다.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은 알렉산더 포프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시의 문구 하나를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 메리가 하워드 박사에게 시를 낭독하는 장면에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한 시 한구절을 소개해봅니다.

How happy is the blameless vestal's lot!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Each pray'r accepted, and each wish resign'd.

흠 없는 처녀 사제의 운명은 얼마나 행복한가!
세상은 그녀를 잊고, 그녀는 세상을 잊어가네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빛!
모든 기도는 받아들이고, 모든 소망은 내려놓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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