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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따뜻한 힐링 한 그릇

by 베이지크림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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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리틀 포레스트, 줄거리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혜원은 임용고시에 떨어지고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시골 고향집에 찾아왔습니다. 초등학교 단짝 은숙의 왜 돌아왔냐는 질문에 "배가 고파서 왔어"라고 말했지만, 그 말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편의점 인스턴트 음식으로만 끼니를 때우던 혜원은 진정으로 자신의 배를 채워줄 음식이 그리웠던 겁니다. 마당에 얼어있는 배추 한 포기를 캐내 따뜻한 배춧국을 끓여 한 끼를 해결하고 다음날에도 수제비와 배추전을 맛있게 만들어 먹습니다. 몸과 마음의 허기가 모두 채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혜원이 4살 때 아버지의 요양 차 지금 시골집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혜원은 엄마와 둘이 살게 됩니다. 그리고 엄마는 혜원의 수능시험이 끝난 후 편지만 남겨놓은 채 집을 떠나버리고 맙니다.

엄마와 함께 살던 집 곳곳에는 엄마의 편지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혜원은 편지를 보며 화를 내기도 하고 원망을 하기도 하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렴풋이 엄마를 이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렇게 혜원은 엄마를 추억하고 추억이 담긴 음식을 해 먹으며 봄,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을 맞습니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원래의 생활로 돌아갔지만, 시들고 있는 꽃을 보며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2. 잘 돌아오기 위한 긴 여행

혜원의 엄마가 혜원에게 남긴 편지의 한 대목입니다.

아빠가 영영 떠난 후에도 엄마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너를 이곳에 심고 뿌리내리게 하고 싶어서였어.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지금 우리 두 사람, 잘 돌아오기 위한 긴 여행의 출발선에 서있다고 생각하자.

혜원의 엄마는 시골집 대문 밖을 나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혜원의 엄마는 혜원이 성인이 되는 시점에 딸을 독립시키고, 동시에 자신도 독립합니다. 돌아올 곳이 같은 두 사람은 각자 새로운 여행길에 오릅니다. 혜원의 입장에서는 의논도 없이 갑자기 떠나버린 엄마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구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육아의 최종 목표는 아이의 완전한 자립이라고 합니다. 혜원의 엄마는 앞서가는 방식으로 자식의 자립을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의 고통도 예측하며 누구보다 따뜻한 쉼터를 마련해 준 멋지고 좋은 엄마인 것 같습니다.

3. 나만의 작은 숲

직장생활을 하다 혜원 보다 먼저 고향으로 돌아온 재하는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인생은 살기 싫었어. 생각할 여유도 없이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월급날이나 꾸역꾸역 기다리면서 사는 게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저에게는 정말 공감이 많이 됐던 대사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면서 사는 생각일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직장을 얻고 월급을 받는 것도 힘든 과정이며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건 더 어려운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하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길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저도 남이 만들어낸 잣대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사실 두렵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 제대로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번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생각한 삶에 조금씩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저도 저만의 '작은 숲'을 꾸려나가야겠습니다.

4. 따뜻한 힐링 한 그릇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는 음식입니다. 진심을 담아 요리를 하고 정성스럽게 먹는 혜원을 보면서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혜원이 고향집에 내려와서 처음 해먹은 음식, 배추된장국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새하얀 눈 속 얼어있는 땅속에서 배추와 파를 뽑아 팔팔 끓인 배추된장국! 추운 겨울, 그 따뜻한 국물을 마시는 혜원을 보며 제 몸과 마음까지 스르르 녹는 기분이었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힐링푸드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몸과 마음이 허기가 질 때, 따뜻하게 한 그릇 비우면 가득히 채워지는 힐링푸드처럼 때때로 꺼내먹으면서 힐링할 수 있는 영화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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