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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긴 어게인, 음악영화, 새로운 시작

by 베이지크림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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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비긴 어게인, 줄거리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댄은 음반 회사 공동대표이자 한 때는 잘 나갔던 음반 프로듀서 였습니다.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고 숨은 보석을 발굴해 내는 기본에 충실한 기획을 해나갔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기획에 회사에서의 입지는 약해지고 퇴사 통보를 받게 됩니다. 게다가 아내와의 불화로 사생활조차 불안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레타의 노래를 듣게 됩니다. 진정한 숨은 보석을 발견한 댄은 그녀에게 음반을 제작하자고 제의합니다. 그레타는 시큰둥한 반응으로 답변을 미룹니다. 그리고 처음 뉴욕에 왔었을 때의 일을 회상합니다.

그레타와 데이브는 연인으로 음악작업도 같이 하는 사이였습니다. 데이브의 곡이 영화에 삽입되어 인기를 끌면서 큰 음반사와 계약을 하게 되고 그레타와 함께 뉴욕으로 와 함께 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브는 음반사 직원과 바람을 피웠다고 고백하고 그레타는 그 길로 집을 나와 친구 스티브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됩니다. 스티브는 우울해하는 그레타를 끌고 자신의 노래하고 있는 바에 데려갔는데, 그곳에서 댄을 만나게 되었던 겁니다.

다음날, 그레타는 댄의 제의를 수락하였습니다. 댄은 숨어있던 세션맨들을 불러 모아 뉴욕 곳곳을 돌아다니며 야외녹음을 합니다. 녹음이 끝나고 완성된 앨범을 들고 댄의 음반회사에 찾아가지만, 불합리한 조건을 듣고 계약을 미루기로 합니다. 한편, 그레타는 자신의 공연에 와달라는 데이브의 말을 떠올리고 공연장에 찾아갑니다. 그레타는 자신과의 추억이 담긴 곡을 부르는 데이브의 모습을 보고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둘을 깨닫게 되고, 관계가 완전히 끝났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이후 그레타는 댄에게 음반사와 계약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앨범을 인터넷에 올리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그레타의 음악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레타의 슬픈 눈

2. Like A Fool

어느 날, 그레타와 스티브는 텔레비젼에서 음악상을 받는 데이브의 모습을 보게 되고, 즉흥적으로 데이브에게 전화를 걸어 음성메시지에 노래를 남깁니다. 그 곡이 바로 Like A Fool입니다. 비긴 어게인에 나오는 곡 중에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곡입니다. 잔잔하게 시작하는 피아노 소리, 키이라 나이틀리의 담담하려 하지만 물기 가득 머금은 목소리, 마음이 아려오는 가사. '전 남자친구에게 이렇게나 근사하고 예의 바르게 이별을 이야기하다니...' 하면서 감탄하면서 봤던 장면입니다. 가사를 들으면 정말 마음이 아파옵니다.

때론 우린 운을 믿곤 해
위험한 모험도 감수하지
넌 우리가 한 모든 약속을 산산히 부쉈지만
그래도 난 너를 사랑했었어
오랜 시간 끝에 난 홀로 남겨졌고
아직 난 슬프지만 이젠 널 잊을거야
넌 나의 돛에서 모든 바람을 앗아갔지만
그래도 난 너를 사랑했었어
함께 삶을 찾는 순간 너는 떠났지
무지개만 쫓아다닌 너였어
원망할 곳 없을 때 너는 나를 저주했지만
그래도 난 너를 똑같이 사랑했었어
마지막 남은 원칙들도 모두 어겨버린 널
난 바보처럼 사랑했었어

노래는 마지막 가사 'like a fool'에서 갑자기 뚝 끊기며 마무리되는되는데, 저는 이 끝맺음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노래를 부르며 사랑했던 기억, 미웠던 기억이 한데 뭉쳐 고조되다가 체념과 분노로 감정이 딱 마무리되는 이별의 심정을 정말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서도 여운이 많이 남았던 곡. 한번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3. 진정한 회복은 다시 시작하는 것

댄과 그레타는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매개로 둘의 인연이 시작되고 함께 음악을 하며 회복됩니다. 또 이를 계기로 “왜 음악을 만드냐”라는 질문에 “그냥 내가 좋으니까”라고 대답했던 그레타는 혼자만의 음악이 아닌 다 같이 즐기는 음악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댄이 처음 그레타의 음악을 들을 때 수수한 기타 소리에 댄의 상상으로 여러 악기가 추가되어 풍성해진 것처럼 댄을 만나 그레타의 음악인생도 더욱 풍성해진 것이지요. 댄도 마찬가지로 한물간 프로듀서였지만 그레타를 만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비긴 어게인이 더욱 좋았던 건 그 둘의 관계에 어설픈 러브라인을 넣지 않고 담담한 친구로 그려 넣은 것이었습니다. 둘이 작별인사를 할 때 마치 키스할 것 만 같은 분위기여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냥 담담한 포옹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키스신도 찍긴 찍었다고 합니다. 편집으로 그 장면이 삭제된 것이지요. 비긴 어게인 감독님께 그 장면을 삭제한 건 정말 신의 한 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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