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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포 선 셋, 현실과 낭만 그 사이

by 베이지크림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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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비포 선 셋, 줄거리

제시와 셀린느는 9년 전 우연히 비엔나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고, 6개월 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각자의 삶을 살게 됩니다. 9년 뒤, 소설가가 된 제시는 출판 홍보차 파리의 서점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셀린느와 재회합니다. 그날 오후, 해가 지기 전 시간 동안에 함께 파리의 곳곳을 거닐며 서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2. 현실과 낭만 그 사이

영화 비포 선 셋은 이렇다할 줄거리는 없습니다. 젊은 시절 사랑을 나눈 두 남녀가 세월이 흘러 우연히 재회하고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비포 선 셋은 비포 시리즈의 두 번째 시리즈로 비포 선 라이즈 다음에 나온 영화입니다. 비포 선 라이즈에 나왔던 제시와 셀린느가 9년이 지난 모습으로 그대로 나옵니다. 같은 배우들이 세월만큼 나이가 들어서 그대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영화지만 실제 같은 착각을 일으키며 더욱 몰입하여 볼 수 있게 합니다. 또, 비포 선 셋은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제시와 셀린느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영화의 실제 러닝 타임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관객들이 좀 더 생생하게 그들이 있는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해 줍니다.

9년이 지난 뒤 현실에서의 제시는 이미 결혼을 한 상태고, 셀린느도 동거를 하고 있는 남자가 있음을 둘의 대화 속에서 알수 있습니다. 그러한 현실 속 다른 한편으로는 두 남녀가 우연히 재회하는 낭만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실과 낭만이라는 두 요소가 미묘하게 대치하여 긴장감을 일으키고 영화 속으로 더욱 빠져들게 만들어 줍니다.

제시가 쓴 소설의 내용은 9년 전 비엔나에서 셀린느와의 만남을 바탕으로 쓴 책이었습니다.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제시: 내가 바로 이런 날을 위해서 이 책을 썼어.
셀린느: 우리는 이제 이 책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일 뿐이야.

둘은 이렇게 여러가지 대화들 속에서 현실과 낭만 사이에 있는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3편 시리즈 중 비포 선 셋을 가장 좋아합니다. 어떻게 보면 둘의 대화만 쭉 나열하는 아주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전 시리즈의 배우가 그대로 등장하며 현실이라는 착각으로 이끄는 점과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 있는 대사만으로도 충분히 몰입하여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3. '비포(Before)' 시리즈 3부작

'비포' 시리즈는 1995년 '비포 선 라이즈', 2004년 '비포 선 셋', 2013년 '비포 미드나잇' 3부작으로 9년 주기로 제작되었습니다. 무려 18년 동안 같은 감독과 같은 배우가 함께한 작품으로 굉장히 희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에단호크와 줄리델피는 '비포 선 셋'과 '비포 미드나잇'의 시나리오 작업까지 직접 참여하였다고 하니 작품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애정을 넘어 이제는 그들 인생의 일부분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9년 주기로 나오던 비포 시리즈인데 2013년 이후 아직 까지는 4편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 끝인 건가?'라고 생각해 찾아보았더니 반가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에단호크가 미국의 한 영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4편이 논의 중에 있다고 밝힌 것이지요. 기존 9년 주기의 타임라인은 따르지 않고 '비포 미드나잇' 이후의 4년이 지난 시점의 단편영화나 20년이 지난 이후의 장편영화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비포' 시리즈 세 작품은 자신의 인생 일부분이라며 이 시리즈에 대한 각별한 감정과 함께 다음 속편을 신중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내비쳤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에 이런 멋진 시리즈를 함께 하며 나이가 들 수 있다는 것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달라지기도 하고, 특정 나이대만의 감성을 느끼며 시간 여행을 해보는 듯한 재미도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링클레이터 감독과 에단 호크, 줄리 델피가 함께 하는 4편도 꼭 만나볼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세 분 모두 건강하셔서 '비포' 시리즈만이 줄 수 있는 소중한 메시지를 다시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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