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영화 러브레터, 줄거리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를 떠나보낸 지 3년이 되었습니다. 그의 3주년 추도식에 참여했던 그녀는 이츠키의 어머니를 집에 데려다 드리며 그의 집에 오랜만에 방문합니다. 그곳에서 이츠키의 중학교 앨범을 보게 되고 당시 이츠키가 살았던 주소를 확인하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손목에 주소를 적습니다. 그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그녀는 천국에 메시지를 보내는 심정으로 편지를 부칩니다. 그 편지는 그의 중학교 시절 주소로 배달이 되고 그곳에 살고 있던 한 여자가 편지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의 이름도 히로코의 약혼자와 같은 이름, 후지이 이츠키였습니다. 그녀는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고민하다 답장을 보냅니다. 히로코는 놀랍게도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으로 답장을 받게 되었고 그 사실을 현재의 연인인 아키바와 공유합니다. 하지만 아키바는 누군가 이츠키 행세를 한다고 하며 그녀에게 후지이 이츠키라는 증거를 보내라고 합니다. 그렇게 자기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 후지이 이츠키는 자신의 신분증과 함께 더 이상 편지를 보내지 말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히로코는 정말 천국에서 보낸 메시지라고 믿고 싶었던 감정이 컸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아키바는 자신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히로코를 보고 그녀를 데리고 후지이 이츠키를 직접 찾아가게 됩니다. 히로코는 이츠키의 집까지 찾아갔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후지이 이츠키에 대한 사연만 남겨놓은 채 그 자리를 떠납니다. 우편함에 있는 편지를 발견한 후지이 이츠키는 히로코의 사연을 알게 되고 그 당시 자신과 이름이 같았던 한 남학생을 떠올립니다. 그녀는 속사정도 모르고 히로코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히로코의 옛 연인 후지이 이츠키와의 추억을 떠올려 편지로 전달하기로 합니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를 때, 동시에 대답하는 바람에 서로의 존재를 처음 알게된 일, 반 친구들의 장난으로 반 강제적으로 도서관 사서 일을 같이 맡게 된 일 등을 추억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법한 도서 카드에 자신의 이름을 기입해 놓는 것과 같은 그의 독특했던 취미. 또, 같은 이름 때문에 시험지가 바뀌었던 일,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짓궂은 장난을 쳤던 기억도 떠올립니다.
이츠키는 히로코 덕분에 추억을 쫓다 자신의 모교 도서관까지 찾아갑니다. 그런데 자신을 후지이 이츠키라고 소개하자 이상하게도 후배들이 웃으며 수군거리기 시작합니다. 알고 보니 도서카드마다 제일 첫 번째로 적혀있는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 찾기 놀이에 흠뻑 빠져있었던 것이었지요. 그렇레 기분 좋은 추억에 빠져 돌아가려는 때, 선생님으로부터 그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됩니다. 히로코의 가슴 아픈 사연을 알게 된 그녀는 그와의 마지막 추억을 편지에 담아 히로코에게 전달합니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학교를 못 나가게 된 자신에게 그가 집으로 찾아온 일화였지요. 자신의 책을 대신 반납해 달라고 하며 책을 내밀고는 쭈뼛쭈뼛 돌아갔던 기억을 전달합니다. 이것이 그녀가 기억하는 그와의 마지막 추억이었습니다.
하지만 히로코에게는 끝내 전하지 못한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건 후지이 이츠키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느 날 도서관 후배들이 그녀를 찾아왔고 그 시절 대신 반납을 부탁했던 책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도서카드의 뒷면을 확인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뒷면에는 중학교 시절 자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제야 그가 자신을 좋아했었음을 알게됩니다.
2. 마음이 먹먹해지는 영화
이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중학생 때였습니다. 성인이 되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알았는데 영화 속 주인공들의 나이랑 같을 때에 영화를 처음 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그때는 이 정도의 먹먹함과 애틋함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1인 2역으로 나온 히로코와 이츠키가 헷갈리기도 하고, 내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영상미와 OST에 더 마음을 빼앗겼고 영화의 배경인 오타루라는 지역에 대한 로망을 품은 것이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나이에 보니 모든 내용과 감정들이 가슴 깊이 와닿아 먹먹해집니다. 결혼까지 약속했던 사람을 떠나보낸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많은 미련이 남아있는 히로코와 추억 속의 그 남학생이 자신을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갖게 된 이츠키.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먹먹하고 애틋함 마음이 드는 감정의 결은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곡의 슬픔보다는 잔잔한 애달픔이 느껴지는 슬픔이랄까요. 영화가 끝난 뒤의 여운이 아주 오랫동안 마음이 뻐근하게 아픈 영화였습니다.

3. 도서카드 뒷면
이 영화에서 흔히 가장 명장면으로 꼽는 건 온통 하얀 설원에서 히로코가 하늘에 있는 이츠키를 향해 "잘 지내나요"라고 슬픔을 토해내며 외치는 장면입니다. 물론, 이 장면도 정말 좋지만 저는 최고의 장면으로 이츠키의 후배들이 이츠키의 집으로 찾아와 책을 건네었던 그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멋진 걸 발견했다면서 과거 후지이 이츠키가 대신 반납을 부탁했던 그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건네줍니다. 그리고 후배들이 도서카드 뒷면을 보라고 알려주지요. 그리고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영화의 제목인 '러브레터'는 도서카드였습니다. 그런데 그 카드가 꽂혀있는 책의 제목이 공교롭게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라니요. 그 순간 밀려오는 서글픔과 애틋한 마음을 글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여담)
이츠키의 마지막 대사인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하겠습니다"가 실은 "쑥스러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예전 번역이 오역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그렇듯 오역한 대사가 저는 훨씬 좋기 때문에 계속해서 ”가슴이 아파서“로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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