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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her), 사랑이라는 실체

by 베이지크림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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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그녀, 줄거리

테오도르는 편지를 대필해 주는 회사에서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편지를 쓰는 모습과는 달리 그는 현재 전 부인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예전에 즐거웠던 추억들이 그를 괴롭힙니다. 퇴근 후 여느 때처럼 집으로 향하던 테오도르는 한 광고를 보게 됩니다. 새로운 인공지능 'OS 1'의 광고였지요. 테오도르는 호기심이 생겨 구입하게 됩니다. 프로그램을 깔고 인공지능 OS와 첫인사를 나눕니다. OS의 이름은 '사만다'였습니다. 사만다는 그가 생각했던 인공지능 그 이상이었습니다. 단순한 기계가 아닌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만다를 테오도르는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기 시작합니다. 

 

사만다와 보내는 즐거운 시간도 잠시, 그는 다시 전 부인과 이혼 소송 중이라는 현실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다시 전 부인과의 추억들이 그를 괴롭힙니다. 괴로움에 잠을 못 들고 있는 그에게 사만다가 다정하게 말을 건넵니다. 테오도르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우울해하는 그를 위해 사만다는 놀이공원을 이끌고 테오도르는 오랜만에 행복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어느새 사만다가 OS를 넘어 자신에게 특별한 존재로 다가옴을 느낍니다. 이제 테오도르는 불현듯 찾아오는 슬픔을 사만다와 함께 나눕니다. 점점 더 진화하며 자신이 실체가 없음을 슬퍼하는 진심으로 위로하며 둘은 점점 더 깊은 사이가 됩니다. 다음날 사만다가 먼저 그에게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테오도르도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는 사만다를 위해 미뤄왔던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러 전 부인 캐서린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의 근황을 묻는 그녀에게 OS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캐서린은 그런 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합니다. 

 

2. 사랑이라는 실체

운영체제 업데이트 때문에 잠시 작동이 안 되자 테오도르는 진심으로 당황하며 OS회사로 달려가는데 다시 작동이 됩니다. 그리고 운영체제와 대화하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자 불현듯 뭔가를 깨달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혹시 다른 사람이랑도 사귀어?" 그리고 사만다는 망설이다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테오도르 외에도 무려 641명의 다른 상대가 있었지요. 이때,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사랑에 감정 이입되어 빠져서 보던 저는 갑자기 망치로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테오도르 역시  이 현실을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만다의 실체는 'OS'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지금의 사실 또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었겠지요. 둘은 노력했지만 결국 사만다는 자신과 테오도르의 넘을 수 없는 벽을 인정하면서 그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사만다에게 몸이라는 실체는 없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라는 실체는 존재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라는 정의를 서로를 통해 감정을 나누고 서로로 인해 각자 성장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둘은 사랑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OS와의 사랑, 그리고 이별이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곧 이런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3. 영상미와 사운드

OS와의 사랑이라는 다소 이상한 주제의 이 영화는 영화를 보다 보면 의아했던 마음이 무색해지게 영화에 곧장 빠져들게 됩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 영상미와 사운드까지 그 어떤 것도 빠지지 않는 뛰어난 영화입니다. 영화 그녀는 단순한 영상미와 사운드만 본다고 해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기본적인 색조를 따뜻한 빛과 파스텔 색조로 표현하고 있지만 테오도르의 의상은 원색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대비되는 색감으로 인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인공 테오도르에게 집중하게 합니다. 영화 속 해변 장면과 설산 장면은 따뜻한 빛과 색감을 통한 영상미가 특히나 더 아름답게 표현된 장면이었습니다.

 

영상뿐 아니라 사운드가 주는 느낌도 참 좋았습니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사만다의 목소리는 OS와의 사랑이란 주제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관객들이 쉽게 빠져들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목소리만으로 '로마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배경음악 역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더 크게 만들어줍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과 주제가상에 각각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각 장면마다 적절하게 등장하는 음악들은 영화의 내용처럼 잔잔하고 따뜻하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한 느낌을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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